♥♥ 한걸음 ♥♥/일상

' 추억 ' 속의 < 오라버니 >

날 사랑하심 2010. 12. 29. 10:29

아침에 가족카페에 들어가보니 올케 언니의 글이 올라 와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가 승진했다는 소식입니다.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고맙다는 답장이 바로 옵니다. 

덕분에 이 아침 오라버니에 관한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사진은 가장최근의 오라버니 모습입니다. 숟가락 젓가락 챙기는 그림입니다.^^

 

성실하게 일하니

다른 것은 따라 오는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의 오라버니는 성실한 것 같습니다.ㅎㅎ... 아우인 제가 보기에.

동생이 지난해인가 오빠한테 실망했어~~ 하는 말을 했습니다.

나는 무슨일이 있나 싶어서 왜하고 물으니

동생의 대답이 정말 웃스웠습니다.

난 오빠가 진짜 성실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음주운전을 할 수 있어? 였습니다.

ㅎㅎㅎ....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동생에게 오빠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거의 우상이었나봅니다.

그건 제 아우가 생각하는 오빠였습니다.

.

.

제겐 몇 컷의 오라버니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주 어릴적 비 오는 날에

나는 오라버니 등에 엎혀있었고 내가 우산을 들고 집옆의 길을 걷는 그림이 첫 기억입니다.  

 

오라버니는 저보다 세살위이고, 바로 위에 형제인데

4대 독자였다가 막내 남동생때문에 4대 독자자리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할머니의 사랑이 온통 오라버니께만 집중되었었지요.

잔치에라도 다녀오시면 속고쟁이 주머니속에서 사탕 한두개가 나오는데 그건 오라버니의 것입니다.

인삼을 꿀에 절여놓은 것이 벽장속에 있는데 그건 아버지와 오라버니만 먹을 수 있습니다.

달걀의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양쪽으로 구멍 뚫어 홀짝 마시는 것도 오라버니만 가능했습니다.

 

ㅋㅋ,,, 그 오라버니가 국민학교시절 어느날, 부엌 앞 마루에 앉아서 내게 물을 떠오라고 했습니다.

바로 아래 동생인 나는 오라버니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었는지 싫다고 했습니다.

오라버니는 내 머리를 톡톡 때리며 물 떠와,,를 했고 저는 맞으면서 싫다,,고를 했습니다.

바로 옆이 부엌인데 지가 가서 퍼 먹으면 되지... 당시만 해도 겉으로 이렇게 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ㅠㅠ...

 

이십대의 어느날,, 오라버니는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고

나와 동생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소주 마실거야, 맥주 마실거야라고 물어보는 여동생들의 말에 놀라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순간 이제 우리는 친구처럼 편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같이 늙는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삼십대의 어느날,,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음료수 한잔 제게 줄 수 없고 딱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곁을 지키던 오라버니는 책 읽어 줄까 하더니 조용조용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책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즈막하니 전해 오던 오라버니의 목소리는

저를 평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사십대의 어느날,, 아픈 제가 병원을 다닐때 오라버니의 근황을 올케언니가 전했습니다.

오빠가 아무 말도 안하는데 며칠동안 잠을 못자더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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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형제들은 조잘조잘 이야기를 잘 할 줄 모릅니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구체적인 안부도 묻지 않습니다.

그냥 잘~ 지내느냐가 전부고, 기도할께~ 가 전부입니다.

그래도 가끔 주고 받는 문자속에서 그 마음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래~~ 고맙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이제 ** 도 임관하겠구나. 축하 할 일 또 생기네~~ 라는 짧은 오라버니의 답 문자를 받고

길게 오라버니 생각을 해 봤습니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는 형제들이지만

형제가 있음이, 오라버니가 있음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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