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 ♥♥/일상

**섬// 나 그리고 나

날 사랑하심 2012. 10. 28. 21:00

며칠동안 섬에 갇혀 지냈습니다.

이곳은 아무도 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입니다.

무인도인가 봅니다. 

 

나 혼자 갇혀서

빠져 나오려 길을 찾아 헤매고

소리질러 보고

발버둥치며 지냈습니다.

여기는 나, 그리고 나 밖에 없습니다.

 

섬에 갇혔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고 보니

섬에 갇힌게 아니라

제가 빗장을 하나씩 걸어 잠그며

깊이 깊이 숨어 들었던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이제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멀리 사람들도 보이구요.

이제 숨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잘 먹고 잘 자고 일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혼자만의 섬 속에 갇힐 수 있는 것 보면 참 희한합니다.

분명히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데 나는 혼자였습니다.

이것이 인생살이일런가요?

 

온 몸의 촉수를 세우고

누군가와 시비를 가리려고 덤비는가 하면

스스로 모든 촉수를 거두어 들이고

마치 죽은자처럼 이리저리 떠 다니기도 하고

 

또 한고개를 넘었습니다.

햇살 이쁜 가을날을 살아내고

찬기 느껴지는 살맛나는 날씨에 또 하루를 살아 내려 합니다.  

 

(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