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 ♥♥/일상

존경하는 목사님

날 사랑하심 2010. 11. 10. 11:11

처음 뵙던 날

내가 목사님을 처음 뵐 때는 이미 은퇴를 하시고 양돈업을 하시며 개척교회들을 돌아보시고 계실때였습니다.

 

1995년 교회에 주일학교 교사를 했을때 였습니다.

명예목사님이 계시는데 어린아이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주일학교 주보에 목사님에 관해 쓰고 싶었습니다.

허나 모르기는 나도 매 마찬가지여서 이름석자와 얼굴을 아는 정도였답니다.

목사님을 직접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교회 뒷산에 자리한 목사님댁을 찾았습니다.

* * 교회 주일학교 교사입니다.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라는 인사에

아니 교회 주일학교 교사라는 것 만으로 환한미소로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맞아주셨습니다.

방문목적을 말씀드리니 그래 잘 왔어 하시며 서너권의 앨범을 꺼내 놓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들춰가시며 일일히 설명을 해 주셨답니다.

 

이건 지금 성전을 지을때 성도들이 직접 흙벽돌을 찍는 사진이야. 이렇게 해서 교회를 지었지.

이건 기둥을 새우는 사진이네. 진짜 열심히들 했어.

이거 봐, 이렇게 밖에다 솥을 걸고 밥을 해 먹으며 일을 했어.

에구~~ 이건 ㄱ권사님 젊었을때 사진이네. 그때는 이렇게 새댁이었어.

이건 ㄴ장로님이잖아. 자세히 봐~~.

이건 병아리를 부화하는 사진이야.

옛날엔 이렇게 온도를 맞춰가며 병아리 부화를 시켰어.

토끼도 키웠어. 토끼풀을 뜯으러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지.

이건 양지지역 옛날 사진이야.

이렇게 길도 흙길이었지.

.

.

 

흑백 사진을 짚어가시며 설명을 시작하시는 목사님께선 열심히 일하시던 그 시절로 이미 돌아가 계셨습니다.

성도들과 교회를 직접짓던 이야기.

지금은 장로님, 권사님이 되신 분들의 예전 활동하시던 이야기.

성도들과 지역민들에게 농사하는 법과 목축업을 강의 하시던 이야기.

그때는 수요일이나 주일저녁 예배 끝나면 농사특강을 했는데 예배끝나기를 기다리며 교회밖에서 동네사람들이 기웃대고 서성댔다고 합니다.

과수농사도 해보고, 병아리, 토끼, 돼지도 직접 키워보시며 성도들과 지역민들에게 교육을 시켜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 해 주셨답니다.

 

임금이 백성을 돌아보는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성도들을 불쌍히 여기사 살아가는 기반을 잡아주시고, 하나님 말씀 전하며 존재의 이유를 알게 해 주셨던겁니다.

이렇게  하나님과 교회속에서 성도들이 살아가길 소망하셨다고 합니다.

 

어려운 농촌교회의 목회를 시작 하시면서 내가 먹을 것은 내가 벌어먹으려고 했지. 그리고 60세가 되면 은퇴하리라 작정을 했었어.

그리고 그렇게 하셨다고 합니다. 은퇴하시고 교회 근처에 계속 사셨는데 혹시라도 함께 했던 성도들의 마음이 목사님께 향할까 염려스러워 한동안 교회와 거리를 두셨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목사님들의 빈 자리가 생길때 그 자리를 채우시는 일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땜빵하는 거지. 땜빵...

 

목사님을 뵙고 돌아오며 농촌계몽소설 상록수를 생각했습니다.

소설속의 이야기가 우리목사님의 이야기이기도 하구나 싶어서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지금부터 목사님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존경할 사람이 가까이 있어서 또 기분 좋았습니다.

이 후 목사님을 뵐때마다 존경의 표시를 하며 존경의 마음을 쌓아갔습니다.

 

 

두번째 뵙던 날    

이제 목사님께서는 거동을 잘 못하시고 집에만 계신다고 합니다.

 

2006년 3월 주일학교어린이들과 모.놀(모여놀자)이라는 이름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많은 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하나님과 교회속에서 노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를 어린아이들과 만들어 먹고 교제하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매달 쉬는 토요일...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다시 목사님을 생각했습니다.

이즈음의 어린이들도 역시 명예목사님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샌드위치로 하기로 했답니다.

감자를 삶아 으깨고 야채를 채 썰어 넣어서 샌드위치 속을 만들고, 식빵에 발라 샌드위치를 만들었지요.

그리고 목사님께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사탕을 담고, 학을 접어 꽂고, 어린이들이 쓴 편지를 담아 들고 목사님을 뵈러 갔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께서는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우릴 반겨 주셨습니다.

설을 지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므로 우린 먼저 목사님께 절로 인사를 드리고, 주일학생들과 함께 찬양을 부르니 목사님께서 박수로 박자를 맞추셨습니다. 준비해 간 샌드위치를 드셔보시라고 권하고 사탕바구니를 목사님께 드렸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음료수를 내 놓으셨는데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마시고 챙기기까지 합니다.

사모님께서 웃으시며 많이 있으니 먹고 가지고 가라고 하십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린아이들은 집구석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뛰어다니기까지 했지요.

에구 녀석들...

그렇게 목사님을 뵙고 목사님댁을 나섰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신 채 큰 손을 천천히 흔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2009년 11월 1일

목사님께서 하나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목사님을 생각하며 드리는 환송예배내내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셨던 모습들이 아른거렸습니다.

존경할 사람이 많지 않은 사회에서 존경했던 목사님...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모습 생각하며 제 몫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열심히 살리라 다짐 합니다.

 

.

.

.

.

그리고 2010년 11월 9일

시신기증으로 장례식때 병원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가신 목사님께서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목사님의 육신이 가족곁으로 오셨습니다.

이제 한줌의 재가 되었지만 목사님을 기억하며 가족과 교회가 송별의 예배를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