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의 한자락에선 사람들의 말 많음이 싫어졌고, 사람들이 성가셔졌습니다.
워낙 수다 스럽지 않은 사람인데 사람들의 수다스러움이 그리 성가실수가 없고,
많이 만나지도 않는 사람들과의 부딪힘이 이리 번잡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속을 떠나 보내지 못해 자꾸 떠 오르며
맴맴 도는 성가신 마음이 님을 생각나게 했고,
이 마음을 털어버리고자 메일를 적어보내리라는 생각은 님의 메일주소가 없어진 것에 이르고,
이렇게 님 생각을 했노라고 문자로 보내야지 하는 생각은 핸드폰 용량으로는 마음 전달이 어렵겠다로 이어졌답니다.
작은 샘이었던 생각은 강이되고 바다를 이루고, 갑자기 삐죽꺼리다가 훌쩍거림으로 이어지고...
내 이것은 한여름의 소나기일거라고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내 언젠가 말했듯이 님을 용서치 않으며 혈육에게 차마 못하는 말이 생기걸랑 님께는 하겠노라 했었는데
기어코 내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구나싶습니다. 허지만 들어주시겠노라 했으매 힘드셔도 들어주시겠지요?
허나 크게 염려는 마시구랴.
한여름의 소나기는 한여름의 소나기 일 뿐!
이 글이 님의 손에 닿을 즈음이면(갈 수 있을런지도 모르지만)
내 다시 뜨거운 햇살처럼 언제 비내렸냐듯이 쨍쨍하거나
늘 푸른 소나무처럼 독야청청하며 세상을 살아 내고 있을겝니다.
이제 생각 할 틈이 생긴 것일까요?
여유가 생긴 것일까요?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기 시작했을까요?
문득 혼자 선 세상이 겁났을까요?
세상속에 늘 혼자라 생각하며 살기는 했는데...
소나기가 너무 잦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이 소나기로 인해 애써 감춰 온 내 생의 한자락을 들키지 않고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 글은 님 외에 동리의 산속 동물에게도 보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았음을 알게 되면 어쩌다 내리는 소나기 이야기를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될겝니다.
아시지요?
2006년 8월 11일
이른새벽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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