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 ♥♥/일상

모란이 피기까지(김영랑)

날 사랑하심 2005. 5. 30. 09:53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五月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은 꽃닢마저 시드러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업서지고

뻐쳐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문허졌느니

모란이 지고말면 그뿐

냬 한해는 다 가고말아,

三百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잇슬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사진은 한택식물원 2005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