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 ♥♥/일상

< 슬픔 > ' 슬픔 ' 슬.픔.

날 사랑하심 2009. 7. 2. 16:40

 

피아노 건반이 두드려지고

바이올린 현이 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퍼진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머리가 맑아진다.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듯 싶더니

이내 팔이 없어지고

다리가 없어지고

몸이 없어지고

얼굴이 없어지고

의식마져 없어진다.

 

자아마져 없어지고.

무(無).

먹먹한 시간의 멈춤.

그런데 주루룩 흐르는 이것은 무엇일까?

형체도 없는 것에서 흐르는 이것은 무엇일까?

눈에서도 아니고 가슴에서도 아닌

이것의 근원은 어디인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싹이 움트듯

안개가 퍼지듯 다가오는 음악소리.

피아노소리다

바이올린 소리다.

 

흩어졌던 것들이 모인다

자아가 돌아오고

의식이 돌아오고 

얼굴이 돌아오고

몸이 돌아오고

팔이 돌아오고

다리가 돌아온다.

 

피아노소리가 커진다 

바이올린 소리가 커진다

모여 다시 음악이 되고

심취한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이 보이고

지휘자의 뒷모습과 화려한 팔 놀림이 보이고

무대가 작아지며 멀리 밀려난다.

 

아~~

여긴

내 방이구나.

 

2006년 4월 5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