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걸음 ♥♥/일상

아버지의 형제 < 고모 >이야기

날 사랑하심 2010. 9. 14. 12:09

아침시간에 이지선님의 '오늘도 행복합니다'라는 책을 한쪽 읽었습니다.

 

지선씨가 오빠에게 장난으로 시작 된 말이 지나쳐 오빠를 화 나게 했고, 오빠는 지선씨에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지선씨의 엄마는 오빠에게 불같은 화를 냈다고 하는데 곁에서 지켜보던 지선씨가 민망할 정도 였다고 합니다.

글속에서 엄마는 "동생이 씩씩하게 사는 것 만으로도 고맙지 화를 낼 일이 무엇이 있느냐?" 고 말합니다.

 

ㅋㅋ,, 그말에 마구마구 동감 합니다.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ㅠㅠ...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얻어 낸 결론....자기 설움만으로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입니다.

 

아주 가까이 힘들게 지내는 님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씩씩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별것 아닌 한 마디가 결정타가 되면 언제든 터질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그것을 이지선님의 엄마는 알고 있었겠지요.

잘 싸우지 않는 형제가 별것 아닌 것으로 다투었고 크게 번졌지만

딸을 염려하는 마음이 큰 지선씨 엄마는 그 상황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 가슴 쓰리고 아팠을것입니다.

님 곁에도 자기 설움만으로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겝니다.

 

그러다가 고모생각이 났습니다.

 

제게는 고모가 네분이 계십니다. 

그중에 세째고모는 결혼하시고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남편을 잃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유복자를 낳아 길러야 했던 것이지요.

예전의 시골 살림에 젊은 여자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야 이런저런 깊은 내막까지는 몰랐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고모는 농사를 짓는 다른 고모보다 항상 곱게 챙기고 사셨는데

집안에 일이 있어서 오시면 언제나 안방 아랫목에 누워서 쉬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던 것은 우리아버지가 워낙 호랑이 같은 분이라

다른 고모들은 물론 가족 어느 누구도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나이든 고모들도 '야~ 느네 아부지 아시면 난리 난다' 하시곤 했으니까요.

안방에 누워있는 고운 고모를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부럽곤 했습니다.

철이 들면서 직장이래야 식당이나 전전하는 것이고

혼자 유복자 아들을 키우고 사는 고생하는 고모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즈음 부터는 고모도 아부지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이가 들어서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혼자 된 여동생에게 '다시 시집 갈 생각을 하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호랑이 같은 오빠가 한 말 때문에 다시 시집 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혼자 된 고모께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고모가 안스러워졌습니다.

그러면서 혼자사는 고모를 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안스러움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월이 더 지나 아버지는 세째 고모에게 한 말이 한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아버지가 둘째 고모께 했다는 말을 듣고서였습니다.

둘째 고모는 가까이 살면서 오라버니인 우리 아버지와 관계가 제일 좋았는데

가끔 고모부님이랑 싸우곤 하셨습니다.

칠순이 넘어 편찮으신 아버지는 칠순이 다 된 동생이 싸우고 와서 고모부 흉을 보는 것을 듣더니

'당장 보따리 싸 가지고 오라'고 말씀 하셨다는데

그 말을 들은 늙으신 고모는 뿌듯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ㅋㅋ,, 얼마나 웃긴 모습입니까?

칠순이 넘어 아파 누워있는 노인이 칠순이 다 된 여동생의 넋두리를 듣고는

'당장 보따리 싸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이런 말을 옮기시며 고모는 친정이 있다는 것은 이렇게 든든하고 좋은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친정오라버니가 없어 친정이 없었던 엄마는 맞다맞다고 맞장구를 치십니다.

친정오라버니가 없어 친정이 없었던 엄마는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친정이 없어서...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글을 쓰노라니 오라버니도 있고

아직 엄마도 있는 저는 부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궁~~ 고모들도 보고 싶고...

추석때 고모들 얼굴 뵙고 와야겠습니다. 

.

.

첫째고모랑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2009년 둘째고모 팔순때 찍은 사진입니다.

에~~궁~~ 이쁜 어르신들~~^^

 

        (엄마)                    (둘째고모)             (세째고모)             (네째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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