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적없는 길이 좋다.
그것도 이렇게 비포장 흙길...
구비구비 돌아가는 매무새가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때로 자신을 따라 오라 유혹하는 것 같다.
저 길은 뭐라 말하는 것인가?
얼마나 긴 세월을 가슴에 앉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을까?
어느 쪽으로 먼저 내 걸음을 옮겨 놓으며
말을 걸어 보아 할까?
다시 이 자리에서 카메라를 누를 즈음이면
길은 초록세상에 몸을 숨기고 있을게다.
아주 조금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며
지금과는 또 다른 말을 내게 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여전히
저 길은 뭐라 말하는 것인가?
묻게 될 것이다.
꽤 많은 세월을 살아왔는데
아직도 나는 어디로 가는지...
길은 내게 뭐라 말하는지...
매번 알 수가 없다.
세월이 흘러흘러 아주 먼 훗날엔 알 수 있으려나....
올 해엔 이 길을 만났다.
내게로 와 준 이 길이
이쁘고 고맙다.
덕분에 때때로 행복하니
이 또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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